이종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 잃어버린 갯골 습지 (2) - 5월 2일 ☜
‘갯골생태공원’이 조성되는 과정은 대부분 잊고 있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시흥은 시(市)로 승격되면서 급속하게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비례해서 해결해야 할 것들은 산재했다. 그 중에서도 당장 시급했던 것이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였다. 인프라(infrastructure)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로 승격되었기 때문에 대처할 여력이 없었다. 소방서, 경찰서, 세무서와 같은 관청조차 없이 이웃 시에 더부살이를 해야 할 정도였다.
1996년 갯골 주변에 있었던 염전이 소금생산을 중단한 후 어느 날부터 쓰레기 운반차량들이 공식도로도 없는 갯골로 향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곳으로 향하는 차량에는 쓰레기가 가득 실렸는데 나오는 차의 적재함은 비어있었다. 시흥은 1989년 시 승격 이후 쓰레기 처리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당장 쓰레기를 처결하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갯골의 공유수면에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활 쓰레기를 갯골에 투기하는 것이 얼마나 가겠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갯골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이게 되었고, 더 이상 그곳에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은 남지 않았다. 또한 쓰레기더미에서 발생되는 분진과 악취, 그곳을 찾아드는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사람들, 인간에 의해서 터전을 잃어버린 조류들과 야생동물들까지 먹잇감이 있을까 몰려들었다.
그곳에 더 이상 쓰레기를 투기할 수 없게 되고, 상기한 문제들이 발생하자 급한 대로 흙으로 매립장을 덮었다. 당장 보기에 흉하고, 갈매기와 야생동물들, 그리고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사람들까지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흙으로 덮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침출수 문제가 이어졌다. 갯골은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갯골과 그곳의 가치를 알고 있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러니 아는 사람만 알고 지난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것이니,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폐염전을 활용하기 위한 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갯골을 중심으로 공유수면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 갯골생태공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자를 비롯해서 일반인들은 알 수 없지만 많은 이견과 의견과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줄다리기도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갯골생태공원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자주 그곳을 걸었던 필자는 우연히 공원을 설계했던 담당자와 현장에서 조우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결정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아픔을 초면인 내게 토로했던 기억이다.
쓰레기를 덮었다고 쓰레기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쓰레기들까지 가리지 않고 묻었으니 얼마나 더 걸려야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갯골생태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갯골의 공유수면을 잃었고, 쓰레기 처리 문제로 그나마 갯골 생태계도 상당한 면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현재 공원에 형성된 잔디밭과 전망대 주변에 조성된 꽃밭이 모두 쓰레기가 매립된 곳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있을까?
늦었지만 환경에 대한 의식이 형성되면서 체면치레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우선 쓰레기를 덮었고, 그곳에 지금의 갯골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는 멀지만 갯골과 이어지는 갯벌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하지만 30여 년 전 그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위해서 개발논리가 절대적이었으니, 갯벌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고, 그것을 개발하는 데 반대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기는 것은 또 다른 시행착오를 하게 할 것이다. 사실, 쓰레기를 매립한 것은 단지 쓰레기를 매립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서 공유수면과 갯골에 살고 있었던 다양한 생명체들 역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갯골생태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은 그 일부일 뿐이고, 천운이 있어서 살아남은 후손들이다.
그곳에 서식하는 염생식물들과 무척추 생명체들, 그리고 농게를 비롯한 갑각류, 가장 많았던 짱뚱어는 인간이 버린 오물이 분해되면서 남게 되는 오염물을 해결해주는 역할과 퇴적층에 구멍을 뚫고 살기 때문에 게들과 함께 산소공급을 해줌으로 갯벌에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갈대를 비롯한 다양한 염생식물들도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토양에 퇴적되는 오염물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러한 갯벌을 쓰레기로 묻어버린 셈이다. 그리고는 ‘갯골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사람의 얼굴이 참 두껍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